美 문닫을 은행 즐비..`쓰나미` 또 올까
이데일리 11/25 10:09

- 고위험군 은행 552개 달해
- 만기도래 은행채 2012년 집중..조달리스크 고조
올들어 미국 은행권이 1990년대 초 이후 최악의 파산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무너진 은행보다 무너질 은행 수가 훨씬 많은 것이라는 소식이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위기에 처한 은행의 수가 여전히 55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혈세가 투입된 대형 은행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중소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관련 손실은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 특히 은행채 만기가 집중되는 2012년 이후 또 한차례 위기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무너지는 은행들의 예금을 보장해 줘야 할 당국의 기금도 바닥이 났다.
위기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은행들이 계속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실물경제의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 "문닫을 은행 즐비"
올들어 파산한 미국내 은행 수는 124개. 매달 평균 14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사상자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여전히 위기 상황에 처한 은행 수를 552곳으로 집계했다. 이같은 고위험군의 수는 지난 1993년(575개) 이후 가장 많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 채널 CNN머니에 따르면 과거 통계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은행 중 실제 파산한 은행의 비중은 평균 13%다. 따라서 적어도 향후 75개 은행이 더 문을 닫을 확률이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은행들은 여전히 모기지 관련 채권으로 인해 손실을 겪고 있다"면서 "커져가는 상업용 부동산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파산 은행이 속출하면서 FDIC의 연간 기금 재무상황도 3분기말 현재 82억달러 적자를 기록, 1991년이래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올들어 거둬들인 보험료 보다 나간 보험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FDIC는 오는 2012년까지 적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따라 3년간 낼 예금 보험료를 올해 말까지 선납으로 받는 안도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 은행채 쓰나미 오나..2012년 만기집중
지난 2년간 월가의 은행들은 부실자산 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금융시장 한켠에선 2~3년내 또 한차례 위기가 몰아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쓰나미의 진원은 은행채다.
지난 2000년~2007년 은행권은 자금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저리로 많은 돈을 끌어다 썼다. 금융위기를 맞아서는 정부 보증을 등에 업고 높은 이자를 물며 힘겹게 리파이낸싱(차환)에 성공했지만 청구서가 도래할 시점이 다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12년까지 만기도래하는 은행채는 7조달러에 달한다. 이를 포함해서 2015년까지 만기채는 10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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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영국의 상황이 가장 염려스럽다. 무디스는 지난 5년간 미국 은행권의 평균만기가 7.8년에서 3.2년으로, 영국은 8.2년에서 4.3년으로 크게 줄었다면서 짧아진 만기로 헉헉대는 은행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은행권의 높아진 조달금리도 걱정. 이는 결국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오는 2012년까지 경기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은행채 만기 집중은 은행권의 자금조달 리스크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금리 상승을 부추겨 경기활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소가 될 전망이다.
◇ "은행대출 25년 최대폭 감소..경기 걸림도"
이처럼 위기의식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은행의 문턱은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로 돈이 흐르게 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이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상업은행의 3분기 대출이 전년비 7% 감소했다"면서 "이는 25년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돈줄이 마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 상태에 처하자 위기에 처한 은행을 혈세를 투입해 살릴 이유가 없었다는 비난 여론도 들끓고 있다. 샌디에고 대학의 재무학 교수인 댄 세이버는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소비자들이 허리춤을 더 졸라매고 있다"면서 "놀랄 일은 아니지만 미국 가계와 중소기업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포천은 "결국 은행의 대출 없이는 경기회복과 기업의 성장도 불가능하다"면서 "은행 대출이 가파른 속도로 마르는 것은 경제에 불길한 징조임이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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