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사상 최고치… 金값 고공비행 언제까지…
서울경제 11/23 16:30

[글로벌 포커스] "美 경제·달러 위상 추락 내년엔 2,000弗까지 갈것"
中·獨·러등 강대국도 '사재기'로 가격 상승 부채질
최고 1만5,000弗 전망속 "경기회복땐 급락" 분석도
달러 약세 속에 국제 금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금값은 지난 9월 중순 사상 처음으로 1,000달러선을 돌파한 후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30% 이상 상승했고,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 62% 폭등했다. 지난 20일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 값은 온스당 1,146.8달러로 마감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금값이 2,000 달러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금 수요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 미국 경제의 추락과 달러 가치 하락이 주 이유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추락과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치 저장수단이자 지폐에 대한 최종 가치 보증 수단인 달러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있고,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헤지 수단으로서의 금의 가치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달러화는 올해 초 미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한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왔다. 더욱이 아랍국가들과 중국 등 주요 석유 수출입국가들이 석유 거래에서 달러화 사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달러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됐다. 이는 곧바로 달러화를 대체할 최적의 상품인 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됐다.
특히 투자처를 모색해 오던 투기 자금이 금 펀드로 대거 몰린 것이 최근 금 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RBC 캐피털의 귀금속 트레이더인 조지 게로는 "ETF에 대한 엄청난 투자자들의 수요가 금 값을 계속 올리고 있다"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이 매일 바뀌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남이 하니까 무조건 따라 하는 밴드왜건 효과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원유 시장에 투기 자금이 몰리면서 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자 금 가격도 고공행진을 했던 적이 있다. 이 역시 월가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와 달러 가치에 대한 회의론 이 강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 강대국들 금력(金力) 키우기도 금값 상승 요인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보유자산 중 금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금 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인도 중앙은행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톤의 금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국제 금값은 30달러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 등도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고, 스리랑카, 모리셔스,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도 최근 금 사재기를 통해 금력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금 비중을 보면, 미국 76.5%를 비롯해 독일(70.2%), 프랑스(74.2%), 이탈리아(66.9%) 등 서방 선진(주가,차트)국의 대부분이 외환보유액중 60% 이상을 금으로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1.4%, 인도는 6.0%, 일본 2.2%, 대만은 4.0% 등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금 비중이 낮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금 사재기가 본격화될 경우 국제 금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중국의 행동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금 생산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자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금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인 중국의 쑹훙빙은 위안화를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중국은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그는 "앞으로 금이 국제 통화 바스켓에 포함돼야 한다"면서"금에 기초하지 않은 화폐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메리츠증권(주가,차트)의 박현철 애널리스트도 금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실적으로 달러화를 대체할 화폐가 아직 없기 때문에 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달러화의 기축통화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에 달러를 대체할 금의 비중을 경쟁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 금값 1만5,000달러까지 오른다(?)
실질 금 소비량이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폐휴대폰, 폐컴퓨터, 폐가전 등에 금이 사용되고 있고, 금 소비량이 높은 인도와 중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금값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제 금값은 계속 오르고 경우에 따라 1만5,00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ocGen)의 딜런 그리스 애널리스트는 "현 물가와 화폐 가치로 따지면 금값은 온스당 6,300달러도 충분하다"고 말했고, 온라인 뉴스 골드실버닷컴의 금 전문가 마이클 말로니는 "세계 경제가 지폐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금값은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이킹뷰닷컴'의 편집자 뗬?허치슨도 "1978년 7월부터 18개월 간의 금값 움직임을 고려하면 현재 금값은 내년 안에 온스당 2,400달러까지 오르고 물가 상승까지 고려하면 5,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도 70년대 1차 금쇼크 당시 2,300% 금값 상승을 보였는데 이를 적용하면 금값은 5,800달러까지 상승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까지도"금 값은 1,000달러 지지선을 딛고 계속 오를 것"이라며 "금값이 2,000달러를 갈지, 2만달러를 갈지, 혹은 20만달러를 갈지는 모르지만 유동성 과잉이 지속된다면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값 상승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유명세를 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값 2,000달러 전망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금값 상승을 주도할 만한 인플레이션이나 심각한 불황은 없을 것"이라면서 "금값 1,100달러는 가능하겠지만, 1,500달러나 2,000달러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선물 거래 브로커인 아담 크롭펜스타인 역시 "이미 금의 투자 수익률이 100% 가까이 올랐고 최근 경제가 회복되면서 금 관련 펀드 매각자가 늘 것"이라며 "금 펀드 매물이 쏟아지면 순식간에 금 값 급락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희기자 sunshi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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